나만의 짝을찾아

 “가와 나의 단어 중에 서로 연관되는 것끼리 선을 그어 짝을 지으시오”

학창 시절, 만만치않게 힘들게한 유형의 문제다. 논술식 문제인 경우, 정답을 떠나 마음껏 써내려 갈 수 있어 쏠쏠한 재미가 있었던 반면, 뜻이나 어감이 비슷비슷한 어휘를 주르르 나열해 놓고는 짝을 찾으라는 문제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선긋기에 앞서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 결국 오리무중이 되어 가슴만 답답해졌다. 가을과 고추잠자리를 연결해 놓고 보면 새털구름이 마음에 걸리고, 가을과 새털구름을 연결해 놓고 보면 고추잠자리가 마음에 걸려 끝 종이 울릴 때까지 그었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또다시 짜증이 일곤 한다.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노라면 화면 속 얼굴이 모두 똑같아 보인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드라마와 오락프로, 토크쇼를 구별할 필요도 없이 인물에, 소재에 그 진행방식이 천편일률적이다. 얼마 동안을 지켜보며 앉아 있어도 어떤 방송사의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구별되지 않는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보아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드라마의 제목과 등장인물을 나열해 놓고는 선을 그어짝을 지어보라는 문제라도 있다면, 그었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자신의 조건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인기드라마의 주인공이 하는 대로 옷 입고 가방을 든다. 음식을 따라 먹기도 한다. 영화 관람은 물론, 읽기 위해 구입하는 책들까지도 이른바 베스트셀러같은 남들이 보는 책을 본다. 남들이 보니까 보고, 남들이 들으니까 듣고 남들이 읽으니까 읽는다.

작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그림을 감상하기도 전에, 음악을 듣기도 전에, 책을 읽기도 전에 그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론에서부터 결론에 이르는 서평들을 낱낱이 살피다 보면, 남들과 생각과 느낌까지 같아져 특별히 생각하여 평가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획일화 되고 만다.

어쩌다 작품을 논하게 될지라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나만의 생각도, 나만의 느낌도 없다.이제는 찾아야 겠다.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생각과 감각들을 둔화시키는 것들에서 깨어나야겠다. 개개인의 감성과 능력과 행동들을 잠식시켜 그 특성을 저해시키는 요소들에서 벗어나야겠다. 남이 가는 대로 가고 남이 하는 대로 하기 전에 나만의 것들을 찾아야겠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지며 살펴야겠다.

영화도, 운동도, 배움도, 친구도 나에게 꼭 맞는 , 꼭 필요한, 나만의 짝들을 찾기 위해 힘써야 겠다.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소중한 존재들이기에.

                                                                                                           동화작가 박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