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영 변호사

[임주영 변호사]요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대세입니다. 청바지와 스키니 구별법, 애인 사이의 데이트 비용 부담 문제 등 살면서 애매한 것들이라고 생각되던 것들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정해주는데,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리면서도 이상하게 설득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경찰출동 안하고, 쇠고랑 안차지만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자’고 합니다.

법률생활에서도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모든 생활영역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지거나 또는 입법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발생하면서 과연 그러한 현상들을 법률로써 규율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애매한 것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면 일반 상해죄에 비해 가중 처벌되는데, 자동차로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가중 처벌되는 것일까요? 또는 우리 형법은 ‘부녀’를 강간한 자를 강간죄로 처벌하는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자가 강간을 당한 경우 가해자는 강간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애매합니다. 판례에 의하면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고, 성전환자는 ‘부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는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을까요? 아직 문제된 사례는 없지만, 동성애자가 결혼식을 올리고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갔을 때, 담당 구청 공무원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혼인 신고서를 접수해줄까요? 애매합니다.

이렇게 법적으로 애매한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가들은 사회통념에 입각한 합리적인 당해 법률 해석을 통해 문제되는 사안이 그 법률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사인과 사인간의 민사적인 영역에서 애매한 것이 발생하면 법률보다는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당사자의 의사는 계약서나 합의서 등 명칭을 가진 문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민사 소송에서는 계약서, 합의서 등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고, 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 합의서 등의 내용을 함부로 배척할 수가 없습니다.

간혹 이러한 중요문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서명 날인을 하거나, 작성자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원하는 데로 작성해주고 난후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되면 꼼짝없이 법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는 것을 보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되도록 꼼꼼히 작성하시고 반드시 그 내용을 확인하셔야겠습니다.

최근 일부 판사들이 트위터에 한미FTA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대법원은 법관의 트위터 사용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법석입니다. 트위터가 사적 공간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그 파급력을 감안할 때 공적인 공간으로 봐야하는지 애매합니다. 그리고 국민으로서의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중요한 것인지 애매합니다.

판단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이 되어야 할 것이고 상식에 입각한 기준이 세워지면 강요하지 않아도 누구나 지키게 될 것입니다.

-임주영 변호사 약력-
광주대성여자고등학교 졸업
전남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8기 수료, 사법연수원 조세법학회 정회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입회
광주지방변호사회로 소속 변경
전남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현) 광주시 지방세 심의위원
현) 광주시 교육청 교육소청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