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전북동부보훈지청 보훈과장 김현숙] 오월이 오면 보통의 사람들은 만물이 생동하고, 따뜻한 바람과 꽃향기로 마음이 들떠 있지만, 광주 5.18과 관련된 희생자들에게는 5월을 핏빛어린 잔인한 계절로 먼저 느껴진다.
매년 5.18기념일에는 행사지원 차 광주에 소재한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양쪽 도로에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이 눈꽃처럼 소담하게 예쁘다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하도록 슬퍼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독재의 총칼에 쓰러진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소복 입은 여인처럼 하얗게 피어있어, 이팝나무 꽃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꽃처럼 보인다.
또한 이팝나무 꽃가지에 걸린 5.18희생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담긴 검은 리본은 37년 전 역사의 비극 앞에 절규를 들려주는 듯하다.
며칠 있으면 37년 전 군부독재의 억압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5.18희생자를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민주정부 수립,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그 당시 1980.5.17일 24시를 기해 비상계엄령 선포로 시위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신군부세력의 총부리 앞에 힘없이 쓰러졌다.
이런 5․18 민주화 운동은 안타깝게도 과거 상당한 기간 동안 불순분자․용공세력들의 폭동으로 왜곡되거나 단순히 지역적인 광주사태로 저평가되어 왔으나, 다행히 5․18민주화 운동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199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늦게나마 역사적 가치의 재조명 및 명예회복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지역에도 5.18 첫 희생자로 알려진 고 이세종 열사가 있다.
이세종 열사는 그 당시 1980. 5. 17일 전북대학교 농학과 2학년(당시 21세)이었다.
이 열사는 호남대학총연합회 소속 연락책임자로 전북대 학생회관에서 다음날 5.18일 집회에서 나눠줄 유인물 등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자정께 진압군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정부는 5.18민주유공자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민주․정의․인권의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37주년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오는 5.18일(목) 10시에 국립 5․18민주묘지(광주 북구 소재)에서 정부행사로 거행한다.
우리지역 전북대학교에서도 이세종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세종열사 묘비 앞에서 그 당시 참여했던 5.18민주유공자와 전북대 후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5.17일 오후 5시에 추모행사가 조촐하게 거행될 예정이다.
그간 전 정부에서는 기념곡 제창문제 및 이념논쟁으로 5․18기념식에 대통령이 수년째 참석을 하지 않아 행사의미가 축소되거나 왜곡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후보시절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이와 함께 여러 관련 공약도 있어 5.18 민주유공자들은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이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그분들의 그간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고, 국민들에게는 하나 된 국민통합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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