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 문화시설, 복지시설 다 필요 없다,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

소백산 자락에 7세대 13명의 주민이 근심 없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단양군 대강면 무수천리(無愁川里)가 바로 그 주인공.

단양의 빼어난 하천 가운데 남조천 물길을 택하여 소백산 준령이 길을 막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 북두칠성처럼 7개 마을이 세 갈래 물길을 따라 빙 둘러있다. 엣 사람들은 이를 갈천7리라고 불렀는데 각각 장정, 사동, 남천, 남조, 무수천, 신구, 덕촌이다.

이 가운데 북향하고 있는 마을로 덕촌, 신구, 무수천 마을이 있고 또 3개 마을 중에서 이웃 마을을 거쳐서 드나들어야 하는 무수천이 세상에서 가장 먼, 산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앉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세상을 등진사람처럼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앉은 것도 아니다. 마을에서 살피면 갈천7리가 대략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방이 트여 있어 외롭지 않다.

무수천리 마을자랑비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특별한 음식이 있으면 전 동민이 모여서 나눠먹는 인심’을 자랑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해발 1000미터가 넘은 소백산 자락에서 발원한 ‘무시내’가 넘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주민의 음용수가 되고 논밭의 곡식을 적시며 흘러가는데 이것이 또한 마을의 자랑이다.

산을 제외한 마을의 지경은 논과 밭, 집터 등을 합해 동네의 전봇대가 모두 한 눈에 보일만큼 하나의 시야에 집약된다. 마을이 기대고 있는 산과 정면에 바라보이는 산 모두가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인데 진경산수화 풍으로 우람하게 솟아있어 바라보는 이의 기상을 높인다.

마을은 위쪽부터 차례로 산, 밭, 논을 펼쳐놓았으며 윗말은 폐하여 자연에게 터를 돌려주었고 중간말과 아랫말만 자연에 터를 얻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사의 소와 울타리 속 염소는 착한 울음을 울고, 농부의 집 옆 감과 고염나무가 수확되지 않은 채로 말라가고,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는 벌통이 낮잠을 자고, 밭머리 산소는 빗질한듯 정갈하며, 집집이 현관에 덧문이 달린 것이 기후는 냉하고, 곳곳에 두릅나무, 천변에는 밤나무, 길 따라 대추나무, 틈틈이 배추와 무, 곳곳에 먹을 것이 늘어서서 흉년에도 굶을 일이 없는 마을이다.

영역을 구분하는 담장이 없고, 땅에는 김칫독이 묻혀있고, 마을회관 처마에 ‘범죄 없는 마을 현판’이 줄줄이 늘어서 있으며 골짜기가 트여서 하늘은 넓다.

길은 땅의 굴곡을 쫓아 구불구불, 실핏줄처럼 마구 엉켜있는데 사람이 발로 밟아서 낸 길이라 자연스럽다.

한번은 그렇다 치고 두 번만 보면 마음의 고향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동네, 여기가 난세의 화를 피해 근심 없이 사는 마을 무수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