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기자]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에서 퇴출된 13종의 살충제가 우리나라에서 올해 대량 살포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13종의 성분은 피리미포스메칠, 바이오레스메츠린, 알레스린, 바이오알레트린, 에스바이올, 붕산, 쿨로르피리포스, 페니트로치온, 프로폭술, 히드라메칠논, 퍼메트린, 피페로닐부톡시드, 피레트린엑스 등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살충제의 방역당국 구매 및 사용내역’ 자료에 따르면, 방역 컨트롤타워 격인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충청남․북도 등 10개 지자체가 살충제를 구입해 사용했다.

식약청은 지난 7월 19일에야 의약외품 살충제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사용 55개 살충제 성분 중 미국이나 EU에서 사용되지 않는 13종의 살충제 성분에 대해 올해 말까지 안전성 재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청은 이러한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13종의 살충제를 구매했고, 이들을 방역에 사용했다.

인천광역시는 관내의 옥내외에 살포하고 경로당에 지원을 했다. 각 마을과 등산로에 살포한 전라북도를 비롯해 대부분 지자체에서도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방역제품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었던 셈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클로르피리포스라는 살충제 성분이 임산부 노출 시 아이들의 IQ를 저하시킨다는 언론보도와 5월에 중독으로 추정되는 뉴질랜드 여성의 사망 때문인데, 이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27일 중앙약심을 개최하여 클로르피리포스 함유 제제 생산중단을 건의했다. 미국은 2000년, EU는 2008년에  시장에서 자진 철수된 반면 한국에선  관심 밖이었다.

이후 식약청은 미국이나 EU 등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용하고 있는 살충제 성분 13종을 파악, 연말까지 안전성 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한편 13종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살충제는 지난 3년(08~10년) 동안 총 497억원,  지난 한 해 동안 145억원어치가 생산됐다.

최 의원은 대체제가 42종이나 있는 만큼, 위험한 13종에 관해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은 식약청의 직무유기로 국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라며,  미국이나 EU와 같이 10년 정도 주기로 재등록을 실시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