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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포고문 속에 신재효 판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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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7  10: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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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포고문은 1894년 3월20일 고창 무장현 구수내 들판에서 4천여 명의 인근 주민들과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이 폐정개혁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 글이다. 선언문은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의 시발점으로서 무장기포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더욱 새롭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김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군신과 부자는 가장 큰 인륜으로 꼽는다”로 시작되는 포고문은 “신하된 자들은 한갓 녹봉과 지위를 도둑질해 차지하고·······안으로는 나라를 돕는 인재가 없고, 바깥으로는 백성을 갈취하는 벼슬아치만이 득실거린다”며 부패한 탐관오리들을 매섭게 질타한다.

그러나 이토록 위대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헌법 전문에 포함되지 못하는 등 아직도 위상이 정립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빚는 여러 원인 중 하나는 “포고문이 조선왕조를 인정하고 있으며 중세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라는 견해다. 그렇지만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성 점령과 왕의 관료에 의한 통치를 거부하여 설치한 집강소 등 혁명 전 과정에서 보여준 많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앞의 견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반적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상기 견해와 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구가 포고문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당시 이 지역에서 성행하던 신재효 판소리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배층과 민중을 대하는 태도의 겉과 속이 판소리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포고문이 판소리와 일치하는 점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첫째, 임금을 대하는 태도가 같다. 임금을 ‘안전판’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현실 비판의식을 어느 정도 안전하게 감싸기 위해 왕을 찬양하는 문구를 앞과 뒤에 배치한다.

둘째, 양반을 대하는 태도가 같다. 양반과 사대부를 ‘협력자’로 끌어들인다. 판소리와 같이 동학이 양반 봉건사회 질서를 부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시대 의식이 깨어난 이들이 거부감 없이 협조할 수 있도록 유교적 전통 기본윤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결과로 혁명 전 과정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다.

실제 동학연구가 원광대학교 박맹수 총장은 일본 ‘동학당 토벌군’ 후비보병 제19대대장 ‘미나미 고시로’가 수집한 죄상 목록과 관군 자료 등을 근거로 “각 고을 수령을 비롯한 뜻있는 지식인들과 부자들이 다투어 혁명군에게 식량과 잠자리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한다.

셋째, 민중을 대하는 태도도 같다. 민중을 ‘자아’로 인식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한결같이 호응하는 등 진한 연대의식을 보인다. 포고문과 판소리 모두 애민정신이 깔려 있다.

포고문도 당시 주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데 조선 후기 전라도 특히 고창 일대에서 관의 감시를 벗어나 자유로이 민중 의식을 일깨우는데 있어 일등공신은 판소리만한 것이 없다. 한마디로 판소리가 대세이자 주류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생각해볼 때 포고문은 직·간접적으로 신재효 판소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을 통해 기포의 대의명분을 만천하에 드러낸 무장포고문이 그 동안의 오해에서 벗어나 동학농민혁명을 대표하는 선봉으로서 합당하게 평가받고 선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창군 상하수도사업소 관리팀장 전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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