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혁 기자]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17일 서울시교육감 선거과정에서 사퇴한 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 및 추징금 2억 원을,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는 원심과 같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명기는 ‘후보자 사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선언한 공직선거법에 반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현저하게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스스로 숭고한 교육의 이념을 퇴색시키고 교육의 염결성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등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2010년 8월부터 11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곽노현에게 금전 지급을 요구해 마침내 역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는 거액인 2억 원을 제공받은 점, 피고인은 2억 원을 받은 후에도 추가 대가 수수의 기대를 하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곽노현이 금전 지급 합의를 승인하고도 당선된 이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오인해 지속적으로 금전 지급을 요구했던 점, 피고인은 강경선 등을 통해 합의내용을 곽노현이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다음부터는 더 이상 합의이행을 주장하지 않았고, 받은 돈을 선거 부채를 변제하는 데 사용한 점, 대향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곽노현과 강경선의 형량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박명기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 강경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 강경선은 단순히 곽노현의 의사를 박명기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해 박명기와 곽노현이 대가성 있는 금품을 제공ㆍ수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점, 특히 금전의 액수가 2억 원이라는 거액으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 역시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저해해 실정법상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실정법에 반하는 것임은 틀림없으나, 피고인에게는 박명기와 곽노현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궁극적으로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측면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