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실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달 영주에선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건물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의 실효성에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왕따-폭력-따돌림 등 피해 학생이 있으면 가족들도 초비상이다. 부모들은 대부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길 바라지만, 심각한 상황이 되면 평탄했던 집안이 뒤집어 지는 게 현실이다.

문제점은 부모가 직접 뛰어들어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사건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꼬이게 되고 감정적으로 진행되면서 또 다른 고통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김철수(47, 가명)씨도 요즘 아들문제로 집안이 말이 아니다. 김씨의 아들 A(15)군은 지난해 3월 서울의 사립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일진’이라고 불리는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친구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지만, A군은 언제부턴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 있었으며, 사회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부모로써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아들이 처음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아직 어린 나이니까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아들이 끝내 등교를 거부했고 지금은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말했다. 피해자임에도 스스로 물어나야 하는 현실에 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자기 아이가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현실을 보게 되는 부모들은 학교에 가서 따지기도 하고 상급기관에 민원도 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 피해학생과 부모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다.

김씨도 마찬가지다. “학교 폭력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김씨)가 무리하게 사건화 시킨다’, ‘가해 아이들을 찾아가 따졌다’는 등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갔다”며 학교의 태도에 두 번 상처입게 됐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김씨는 자식의 괴롭힘 사건에 대해 물러서지 않았다. 교과부나 국가권익위원회에도 진정서와 민원을 올렸지만 해당 부서로 이송한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해당 교육지원청에서도 원하는 답변을 얻기는 어려웠다.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인 감사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하부 기관으로 업무를 미루기만 하는 모습에 김씨는 “정부에 대해 실망만 쌓였고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일진들은 옛날과 다르다. 집안이 잘 살고 힘도 쎄고 공부도 잘 하고...학부모들도 학교에 자주 찾아오니 학교가 가해 학생들 쪽에 선 것 같이 느껴진다”며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현업도 팽개치고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채로 아들의 아픔을 위해 싸우고 있는 부모들의 고통은 우리 학교 현장의 또다른 아픔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