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기적’이란 말이 있어요.
마늘 먹던 곰도 웅녀로 환골탈태 하는 기간 100일!
세상 물정 모르던 까칠 신생아들도 100일 정도 살면 ‘사람’이 된다는 거죠.
많은 백일 베이비들이 엄마젖도 잘 먹고 분유도 잘 먹고
밤중수유도 끊고 낮에는 잘놀고 밤에는 잘자고.. 암튼 천사강림하신대요.
그리하여 100일 동안 다크서클로 이불을 덮고 살았던 초보엄마들도
“유레카!” 가 아닌 “미라클!”을 외치게 만든다는 100일의 기적.
졸린냥이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100일을 기다렸어요.
101일이 지나고 102일이 지나고...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끝에
졸린냥이는 ‘100일의 기적’ 이란 글자를 지우고 ..
‘100일의 기절’이라고 다시 적어요.
그래요. 무슨 프로그램되어 있는 로봇들도 아니고
100일 만에 우리 아이가 달라질 수는 없어요.
까칠하고 예민한 아들놈을 바꾸려거든
과거로 돌아가 다른 유전자의 아빠를 만나는 수 밖에 없어요..쩝.
하지만 100일 동안 허투루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에요.
아이는 여러 가지 개인기를 익혔어요.

개인기 1. 옹알이.
J는 옹알이 랩퍼네요. 리듬과 라임이 살아있는 속사포 옹알이 랩을 구사해요.
알람 기능 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시끄럽게 엄마를 깨워요
전화통화 기능 있어요. 할머니께 문안 옹알이도 하고 대답도 잘해요.

개인기 2. 침공장 공장장님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는 것뿐인데 신기하게 거품이 마구 생겨요.
따라해볼까 했는데 엄마가 하면 더럽기만해요.
할머니가 보시더니 ‘비가 오려나 보다’ 하셨어요.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진정 그런 옛말이 있네요.
아이의 이런 행동을 ’투레질‘이라고 하는데
호흡기가 덜 발달된 아이들이 기압의 변화에 더 민감해서 저기압이 접근해 오면
이를 감지하고 투레질을 하는 거래요. 와우!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투레질하는 우리 아이는 뭐죠? 열대 우림기후에 살고 있는건가요..

개인기 3. 손 빨기
제 손이 거기 붙어있는 것을 처음 발견한 탐험가처럼
주먹을 입에 넣고 쪽쪽 소리 나게 빨아요.
침이 흥건한 주먹은 금세 빨개져요. 손가락도 슬쩍 하나씩 맛봐요.
남들이 보면 더러울 수 있으나 내 자식이 빨면 조인성같아요.

생각해보면 누에고치처럼 싸개에 돌돌 말려서 자고 울고 싸기만 하던 녀석이 이젠 별걸 다하네요.
정말...이런 아이가 만들어지고 태어나서 이렇게 성장하는 것 자체가 ‘기적’ 이란 생각이 들어요.
엄마 생각만하고 벌써 획일화된 바른생활 베이비로 너를 키우고자 했던 거니?
그래..언제까지 1시간마다 자다 깨겠니. 설마 서른 살까지 그러겠니.
엄마가 더 혹사당하면 되니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