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야권(野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손 대표 사의 표명은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에 취임한 지 1년 만이다.

손 대표의 사퇴가 확정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 전당대회 차순위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

특히 차기 대선 1년 전인 올해 12월, 대선에 나서지 않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당대회가 예정보다 일찍 열릴 수 있다.

이날 오전 손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한명숙 전 총리와 정장선 사무총장 등 당 중진들이 사퇴를 만류해 입장 표명이 늦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에 열린 최고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손 대표는 "이번 경선은 모두의 승리이지, 누구의 패배도 아니다"며 "어제 단일화 경선은 야당 역사에 남을 성공적인 경선이었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또 "이제 남은 문제는 박원순 후보를 당이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당선시키는 것"이라며 "나 역시 온몸을 바쳐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축복 속에서 박 후보가 단일후보로 당선됐지만, 60년 정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민주당 당 대표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손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온몸을 뛸 것"이라며 "이 길이 박원순 통합후보를 더 떳떳하게 지원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도부들은 "손 대표가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다"며 "지금은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쳐서 보궐선거에서 이겨야 할 때"라고 사퇴 의사 철회를 요구했지만, 손 대표가 "나에게 맡겨달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런 손 대표의 사의 표명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게 밀려 경기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고, 지난 4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참당 이봉수 후보에 패했다.

손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온 힘을 다했지만, 무소속 후보에게 또 패했다.

결국 제1야당인 민주당이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에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손 대표가 대표 임기가 2개월쯤 남겨놓은 현시점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후,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에 총력을 쏟아 당선을 만든 후 분위기 쇄신을 노릴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