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철 기자] 조선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사대주의(事大主義)’다. 중국의 방에서 늘 중국의 속방에 머물렀던 나라, 이것이 조선에 대해 우리가 배워온 역사이다.

정말 그처럼 나약한 나라가 조선일까?

조선의 국호는 그 옛날 단군조선으로부터 비롯된다. 단군으로부터 4천년이 넘는 역사의 정통성을 잇고 그 옛날 광활했던 영토를 수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바로 ‘조선’이라는 이름이다.

개국 초기 조선은 대륙을 도모하고자 했다. 500년 조선의 기틀을 닦았으며 개국 일등공신인 삼봉 정도전이 구상했던 요동정벌은 민족의 숙원인 고토(故土) 수복을 이루고 대 제국을 이루고자 하는 웅대한 꿈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고토 수복의 염원은 효종 이후 ‘북벌론(北伐論)’으로 이어지며 조선조 500년을 관통하는 제왕들의 숙원이 된다.

조선이 영토만으로 대국을 꿈꾼 것은 아니다.

개국 초기 삼봉 정도전이 설계했던 조선은 왕에게 절대권력이 주어지는 왕의 나라가 아닌 백성이 주인이 되고 재상이 다스리는 ‘신권주의(臣權主義)’ 국가였다.

그러한 정신은 왕권이 강화된 속에서도 통치자의 기본 이념이 되어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민본사상’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정조 때에 이르러 실제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비록 왕권의 강화를 위한 조치이기는 했지만 왕과 백성의 단 두 계급 만이 존재하는 민본의 나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1897년 10월 12일 고종황제에 의해 조선은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이룬다.

이는 다 쓰러져 가는 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 아니라 500년 역사의 숙원을 이루는 일이요 지난 500년의 역사를 일개 제후국의 역사가 아닌 제국의 역사, 선왕들을 중국의 제후가 아닌 황제로 만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래서 조선은 제국이요 세종은 대왕이 아닌 황제인 것이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이 땅에 국가가 세워졌을 때 우리는 하늘의 백성이었다. 대륙의 왕들이 자신을 천자(天子)라 하고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린다 할 때 우리는 이미 하늘의 백성이요 이 땅의 제황들은 하늘의 통치자였다.

500년 아니 천년, 만년의 역사 속에서 영원한 제국을 꿈꾸었던 조선의 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