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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함께 포즈를 취한  '나가수'의 올 멤버들                                사진ⓒ MBC화면캡처

[이준표기자]  '조용필 스페셜'  프로그램을 빌미로 MBC는 오랜 기간 오직 무대만을 지키면서 방송국을 멀리했던 원로가수 조용필을 초빙하는 성과를 거뒀다. 쟁쟁한 1급 가수들이 바짝 긴장하면서 조용필에 대해 선배대우를 깍듯이 하는 가운데,  가왕 조용필이 등장한 이날 프로그램 시청률은 껑충 뛰어올랐다.

신세대들로 갈수록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예의가 없다는 것이 흔히 우리 사회에서 지적되곤 하지만, 젊은 가수들의 조용필에 대한 예우도 뛰어났고 조용필의 후배사랑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각 후배들이 조용필과 만났던 일화들을 이 사람 저 사람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장면이 아주 오래 계속됐다.

사진 MBC화면캡처

조용필이 70명을 불러 식사를 같이했다던가, 자기(어느 후배)의 노래를 어디에선가 듣고서 한번 보자고 해 조용필 집으로 찾아갔을 때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는 등의 일화들.

또 ‘나가수’에 조용필의 노래로 출연했던 한 여가수(박정현)의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들어보았다고 얘기에서 그의 인품은 매우 자상하고 의리 있고 밝은 것으로 비춰져 무대의 거장(혹은 가왕)이라는 선입관을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던져주었다.

오래전 한 유명 반체제 인사(김지하 시인)가 그의 반생을 회고하면서 모 월간지에 다수 인물들과의 교류 에피소드를 남긴 사실이 있었는데, 그가 호형호제하던 캠퍼스 시절의 친구라든가 예술과 문학을 밤 세워 토론했던 얘기라든가, 청춘의 다양한 고민, 그리고 투쟁과정에서의 이합집산과 세상사의 날카로운 지적 등 흥미로운 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의외인 점은 최고의 지성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이 문학작가가 (소문으로 떠돌던 것처럼) 대중가요 가수 조용필과의 교류기를 자세하게 공개한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그가 조용필의 인품을 높이 평가하는 대목은 정말 의외였다. 그 당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중앙정보부는 골수 반정부 인사인 김지하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김지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필과의 교류도 당연히 포착됐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런 인기가수와의 교류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용필을 불러 최후통첩을 내린다. 만약 김지하와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모든 공연활동과 일상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고 어름짱을 놓는다.

조용필은 이런 협박사실을 극비로 해야 하고, 조용히 김지하를 떠나야 했다. 김지하로서는 많이 겪어본 슬픈 경험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의리를 지켰다. 김지하에게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하고, 자신이 김지하를 더 이상 만날 수는 없지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지하는 크게 감동하였음을 회고록으로 남겼다. 그 당시 공포적인 상황 하에서 용기를 가지고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기가 정말로 어려웠었다. 생명의 위해, 사회생활의 위축 등 극심한 낭패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힘들었다.

인품이 훌륭한 조용필과 같은 원로 대중문화인, 동시에 마음이 따뜻한 좋은 선배를 가진 ‘나가수’ 후배들은 행복할 것이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하는 후진들을 향해서도 '조용필의 후배들'이 더욱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갈 것으로 믿어본다. 

사진  MBC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