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 안철수(50)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3시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선에 출마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논란을 종식시켰다.

안 원장은 의사에서 컴퓨터 백신인 V3를 개발해 ‘안철수연구소(현 안랩.AhnLab)’를 설립한 남다른 이력이 주목을 끌면서 ‘이 시대의 멘토’ ‘신뢰받는 리더’ ‘21세기를 빛낼 기업인’ 등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종종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며 ‘멘토’로써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렇듯 안 원장은 유명세는 있었지만 비정치인으로써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인물로 인식돼왔다. 여야 정치권에서 정치 입문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실무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앞으로 정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며 모든 제의를 거절했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8월 이후 시장후보로 거론되면서 안 원장의 정치입성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안 원장의 입장도 “정치권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명확한 거절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안 원장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했다.

안 원장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넘겨주며 정치행보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대중들의 지지도와 기대가 높아지면서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자 언론과 정치권은 안 원장을 유력한 대권후보로 여기고 여론조사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견제에 나서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쉬지않고 대선후보로 언급되던 안 원장은 대선이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대선출마에 대한 이렇다 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출연한 토크쇼 ‘힐링캠프’에서도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며 “양쪽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조심스러운 입장만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들과 ‘청춘 콘서트’ 강의 등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보면 얼마나 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사회 참여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발언을 언급해왔다.

안 원장은 2009년 MBC 예능프로인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당시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개인적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사회적 성공이 혼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개인적인 성공 외에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한다고 발언했다.

요즘 청년들이 안전지향적, 도전정신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실패한 기업에도 계속 기회를 주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학생 개개인이 그렇진 않더라. 사회가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또한 안 원장은 ‘청춘 콘서트’ 등에서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있는 분들이 잘 해주시면 내가 나설 이유가 없다”며 “(나설지 여부는)내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주어지는 것”이라고 에둘러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만약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며 “진영 논리에 휩싸여서 공동체 전체 가치관을 저버리는 판단 같은 것은 제 행보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자신의 정치적인 의식을 밝혔다.

두 편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정치색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대북문제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교육문제에 대해서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면 진보인가 보수인가? 그것은 나눌 수 없다”며 기존 정치세력들의 이분법적인 분열조장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비판했다.

안 원장은 정치인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한테 대접받으면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는 자기 발전도 중요한 사람이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도와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로 들어서면 자기 발전의 기회보다는 내가 가진 걸 소모하면서 도와줘야 한다”며 지금껏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던 적이 있다.

또 “(자신이) 정치를 하면 사회적 열망 여기에 어긋나지 않을까”라며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서울시장 후보 거론 당시 일각에서 제기한 행정경험 부족 내용 등과 관련해 “그동안 대학원장과 대기업 CEO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행정운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한계를 긋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도 많다. 특히 정치 행보를 걷기 시작하면서 ‘무릎팍 도사’에서 발언했던 내용이 ‘거짓말’이라며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았다.

안 원장은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백신을 군에 입대하는 1991년 2월 6일 아침에 PC 통신으로 전송한 뒤 입영열차를 타고 '군의 학교'로 갔다. 내무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전날 가족들과 헤어진 얘기를 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군대 간다는 말을 안 하고 나왔더라”고 밝혔다.

이 내용은 교과서에도 실려있는데 이에 대해 민병주 의원은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유행할 시기가 아니었다’ ‘입영열차는 1985년 폐지됐다가 1998년 부활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안씨의 부인 김미경씨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차를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섭섭했다’고 밝혔다’며 3가지의 거짓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랩과 대변인들이 주장과 어긋나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논란은 사그러들었다.

또 저서에서 “연구소에 나의 친척이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2001년까지 3~4년씩 맡은 것으로 확인돼 금태섭 변호사가 “초기 책임질 사람이 없어 가족들이 맡아준 것”이라며 “월급과 활동비 등 일체의 회사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탄탄대로를 걸어온 안 원장이 서민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안 원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안 원장이 “전세를 오래 살아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라는 발언은 추후 안 원장의 어머니가 사준 집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태풍 피해 국민들을 걱정하며 “장인이 농사를 짓는데 이번 태풍에 비닐하우스 피해를 입었다”는 발언이 조그만 텃밭의 비닐이 날아간 것을 장인이 마치 농부인 것처럼 말했다며 안 원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새누리당이 협박했다며 룸살롱· 목동 30대 음대출신 내연녀 등 루머에 대한 해명한 발언도 “룸살롱은 갔지만 술은 먹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안 원장을 둘러싼 루머들이 터져나오고 발언 하나하나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그만큼 안 원장의 사회적인 파급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가장 두려운 것은 ‘어제의 안철수’보다 ‘오늘의 안철수’가 더 못한 것”이라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안 원장은 이미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 원장의 향후 행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