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 민경진 교수(왼쪽)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 ⓒ교과부 제공

[조해진 기자]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에 비해 약 10% 짧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가설들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연구가 국내 연구진의 조선시대 환관족보(양세계보)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환관족보는 생식기관이 불완전했던 환관들이 남자(고자)를 입양해 대를 잇고 이를 기록한 족보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가설은 ‘거세’한 동물이 거세를 하지 않은 동물에 비해 수명이 연장된다는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증명된 바 있지만 사람의 거세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인하대 민경진(42)교수와 고려대 이철구(46)교수의 주도로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환관족보를 분석해 환관들이 같은 시대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 환관가문과 양반가문에서의 수명. 각 박스는 데이터의 25%-75%를 나타내며 박스안의 수평선은 중간 값 (median)을 의미. 제일 위와 아래의 선은 각 가문에서 최대와 최소 수명을 의미 ⓒ교과부 제공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조선시대 환관들은 평균 수명이 70세인 반면 양반들은 51~56세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한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 101세, 109세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 민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문화에서도 환관은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이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가능했던 연구”라며 “향후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생명과학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모험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역사자료를 바라본 것으로 향후 항노화제 개발이나 남성의 수명 연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