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 올해에도 어김없이 주부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김장철이 돌아왔다. 하루종일 허리를 숙이고 김치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매년 올라가는 비싼 김치 재료값도 주부들에겐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 골치덩어리다.

올해에는 특히 8월 말 연달아 닥친 태풍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농산물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배추값이 금값이 될 전망이다. 작년에 김장배추 1포기에 2000원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3000원이 훌쩍 넘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가락시장의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kg 기준으로 7,957원으로 나타났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다행히 11월에 들어서는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되면서 전달 가격보다 20% 낮아졌지만 지난해(2,667원/10kg)와 평년(4,669원/10kg)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6일 전국 평균 배추 1통당 가격은 3,134원이라고 발표했다.

높은 배추 가격에 소비자들의 올해 김장 의향도 변화했다. 농업관측센터가 소비자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30일까지 6일간 김장 의향에 대해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의 비중이 소폭감소했다.

직접 김장을 담근다는 지난해보다 3%p 줄어든 52.7%로 조사됐으며, 반면 시판용 김치를 사먹겠다는 가구는 10.8%로 작년보다 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배추보다 절인 배추를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도 증가했다. 여전히 일반 신선배추의 선호도가 57.9%로 높았지만 절임배추 구매 의향을 비친 소비자가 지난해보다 3%p 증가한 42.1%로 조사됐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이유로는 ‘절임과정이 번거로워서’가 63.7%로 가장 높았고 ‘담그는 시간이 절약되서’가 29.0%로 뒤를 이었다.

한편 농촌관측센터는 “11월 상·중순에는 배추의 가격이 비교적 높을 전망이지만 하순 이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김장시기를 늦추는 것이 배추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가을배추 출하가 다소 지연되면서 11월 하순 이후가 되서야 배추 출하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주부들의 김장 배추값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자 대형마트들은 김장 배추 가격 낮추기에 나섰다. 김장 배추 가격의 80%를 차지하는 유통비용을 농촌과의 직거래를 통해 줄이는 방식으로 시세의 절반정도의 가격에 배추를 공급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주요 대형마트 3사는 7일 공식적으로 김장용 배추 판매에 대한 가격을 제시했다. 1통 당 이마트는 1,200원, 롯데마트는 1,180원, 홈플러스는 1,650원이다.

그러나 8일부터 김장을 담그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홈플러스에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8~10일 예약을 한 뒤 26~30일에 배추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마트는 1인당 18통, 롯데마트는 1인당 9통으로 수량을 한정했다.

홈플러스는 배추를 매장에 비치해 다음달 5일까지 예약없이 선착순 판매하며 구매 수량에는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주부는 “한 해 40포기 정도 김장을 담그는 집에서는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해도 한정구매 또는 선착순 구매여서 저렴한 배추를 원하는 만큼 구하기 힘들다”며 김장 재료인 배추 구하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배추는 농사를 짓는 친척에게 부탁해 공수하거나 김장시기를 늦춰 배추 가격이 내려가면 구매해 김장을 담글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