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제 개인적으로도 경험한 사실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계좌이체이거나 은행에서 직접 전표를 작성하여 돈을 송금하는 경우이거나 가릴 것 없이 실수로 원래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때 수취인이 수취은행 등의 연락을 받고 순순히 돈을 돌려주는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나, 종종 변제자력이 없는 수취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송금인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필자의 거래처에서도 직원이 실수로 돈을 잘못 송금하는 일이 벌어져 바로 송금은행 및 수취은행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하였으나, 이러한 지급정지는 강제력이 없어, 결국 수취인이 돈을 인출해 임의로 소비하는 사태가 벌어진 일이 있습니다.

또한 수취은행 측에서는 개인정보관련 법률 때문에 수취인의 인적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므로, 현실적으로 조속한 가압류를 통하여 수취인의 인출을 막을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송금인은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사실조회를 통하여 수취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밖에 없고, 이후 당사자표시경정을 통해 소장부본이 수취인에게 송달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나, 이러한 제반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그 사이에 수취인이 돈을 인출하여 소비하는 것을 막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필자의 거래처의 경우에도 소장부본이 송달될 즈음에는 이미 수취인이 돈을 모두 소비한 후였습니다.

이때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이러한 잘못 송금처리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 즉 예금채권을 취득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구좌에 계좌이체를 한 경우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이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송금인으로서는 수취인이 법률상 원인없이 부당하게 자신의 돈을 소비한 것이므로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때 수취은행에 대하여도 부당이득을 구할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한다”(2007.11.29. 선고 2007다51239 판결)고 판시하여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결국 수취인이 무자력 상태에 있다면 돈을 받아내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되는데, 화가 난 송금인이 수취인을 상대로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도 대법원 판례는 당연히 존재합니다.

우리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고 분명히 판시하고 있으므로, 수취인의 위법적인 행위를 단죄할 길은 있는 셈이지요. 물론 형사처벌받을 우려 때문에 순순히 수취인이 돈을 반환해 주면 천만다행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