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 기자] 한 제과업계에서 만든 날인지 아니면 포탈사이트 사전에는 날씬해지자란 의미로 부산 여고생들이 빼빼로를 선물로 주고받은 것이 유래가 됐다는데 아무튼 한 대기업이 오는 11일을 '천 년에 한번 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란 명칭까지 만들어 내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빼빼로데이를 맞아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번 빼빼로데이에 직장인 30.4%는 빼빼로데이에 상사 및 동료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할 계획이라 답하고 상사 및 동료 한 명에게 선물할 빼빼로 금액은 평균 5500원으로 집계됐다.

빼빼로를 선물할 사람(복수응답)으로는 ‘같은 팀원’이 68.2%로 가장 많았고 ‘친한 동료’ 47.3%, ‘업무상 친해야 하는 동료 13.4%, ‘상사 등 특별히 잘 보여야 하는 사람’ 11.4%, ‘거래처 직원’ 4.0%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빼빼로데이와 같은 기념일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28.4%로 조사됐다.

이렇게 중고등학교에서 유행하던 빼빼로데이가 어느새 직장인과 유치원까지 전염돼 아이들 친구들 줄 과자에 선생님에게 선물할 과자까지 준비하면 과자 값만 해도 몇만 원은 훌쩍 넘는다고 한다.

특히 이번 빼빼로데이는 수능일과 겹쳐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은 물론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수능시험과 빼빼로데이를 묶은 각종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강남의 한 선물가게에서는 ‘합격’(合格)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사과를 한 개에 7500원에 팔고 있다. 특히 이 사과와 빼빼로가 담겨있는 선물세트는 6만 5,000원에 팔리는 등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빼빼로 한 상자의 가격은 1,000원이지만 6상자 분량의 대형 포장 상품은 8500원으로 2500원이나 웃돈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빼빼로데이’란 포장으로 빼빼로 과자를 반드시 주고받아야 하는 것처럼 현혹시키는 제과, 유통업체의 상술은 한두 해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말장난에 불과한 '밀레니엄 빼빼로'라는 말까지 만들어내 폐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런데 빼빼로데이인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

하지만 해마다 특정 과자를 주고받는 기념일에 묻혀버리는 농업인의 날(11월 11일). 쌀값 대란을 겪고 있는 올해는 농민들의 자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수매와 쌀 대북지원 등 정부 차원의 쌀 소비 대책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경제에 내몰리고 있는 농가들의 어려움은 배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쌀 생산량까지 급증해 우려되는 농가피해는 심각성을 더하다고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상황 속에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도 늘고 농토가 점점 줄고 그러다가 마침내 쌀을 수입 해다 먹어야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